어이~ 머저리 기자. 반가워. 난 이 시대 최고로 잘 생기고 뛰어난 의사야.
아 이거 그대로 기사에 내보내려는 건 아니겠지? 내 이미지가 있는데 적당히 잘 아주 멋지고 화려하게 써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.
아~ 질문 같은 거 안 받아. 닥치면 살고 안 닥치면 죽는 수가 있어.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할 거니까 입 꾹 닫고 펜이나 놀리라고? 알아 들었어?
그럼 내 소개부터 다시 해볼까?
난 파블로라고 해.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이자 이 시대의 아이콘이지.
나의 이 뛰어남을 감당할 수 있는 인재들이 없다는 게 너무 슬플 뿐이야. 그래서 내 주변에 저 깡통 같은 거 하나만 남아서 보좌하고 있는 거 보면 알 수
있겠지? 저 깡통 같은 슈퍼 컴퓨터 정도 되야 간신히 내 뛰어난 행보에 누라도 안 끼칠 수 있는 거지.
아 물론 안 끼친다고 해서 안 끼치는 건 아니야. 내 역량에 비해 저 깡통도 몹시 모자란 존재일 뿐이지. 그저 내가 아니었으면 어디 고철소에 폐기 당하는
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내 자비롭고 넒은 아량으로 옆에 두고 있는 거지.
왜? 저 깡통의 눈치를 살피지?
아 흥미가 식어버렸어. 오늘 인터뷰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지.
내 위대한 업적에 대해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실망이야.
아~ 그렇다고 내 위대한 업적에 대해 못 듣는 건 아니야.
벨스 방송국에서 하는 명사초청 100회 특집 손님으로 내가 출연하니 일요일 저녁 11시에 꼭
틀어서 보라고. 명심해. 일요일 저녁 11시야.